일상/잡담

설악산 나홀로 산행 후기 part 1

이배달 2023. 8. 1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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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무 계획도 없고 크게 의지도 없고 뭐…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물어봐도 아무 계획없다고만 했었는데, 다들 어디 해외여행도 가고 어디 캠핑 간다 하고 계획들은 많더라.
8월 11일 6호 태풍 카눈이 부산을 강타하고있는 와중에  출근하면서 현타가 왔었는데 갑자기 든 생각이 설악산이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가보지 않은 곳, 평소 갈 일이 없는 곳, 시간을 억지로 내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곳
설악산이 딱이었다.

그렇게 1박 3일 나홀로 여행 시작…

평소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글 같은 것들을 보면 당연히 가능하지라고 말하곤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작 혼자서 멀리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그리고 산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막막했다.
옆에서 어디 가보자, 뭐 먹고 싶다, 재밌겠다, 힘들겠다, 뭐 챙겨야겠다 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챙겨야 했다.
가자고 가자고 등 떠밀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 느릿느릿..
평소 계획 같은 것을 잘 세운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준비하는 건 처음이라 엄청 즉흥적으로 대충대충 챙기게 되더라..ㅎ

 

 

*이 글은 설악산 산행 후기이며 설악산 등산코스에 대한 정보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도움됩니다.

2023.08.18 - [일상/여행] - 설악산 등산코스 한계령 대청봉 오색 코스

 

설악산 등산코스 한계령 대청봉 오색 코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등산을 다녀온 이배달입니다. 이번 여름휴가 때 원래 아무런 계획이 없었는데 이때가 아니면 가기 힘들 곳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우리나라 5대 명산 중 하나인 설

delivery91.tistory.com

 

 

 




원래는 1박 2일에서 나온 것처럼 일출산행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름산행에 등산로 개방시간은 오전 03:00시부터이고 일출시간은 또 5시 41분이더라…
최단 코스가 오색에서 출발하는 거지만 오색은 경치를 보기도 어렵고, 빨리 올라가도 3시간은 넘게 걸릴 거고 무엇보다

대중교통만 이용하기에 3시에 등산을 시작할 방법도 없다.
뭐 오색등산로 근처 숙소를 잡아서 대충 자다가 3시에 출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숙소비만 아깝다….

난 가성비를 아주 중요시 여긴다!
오색이 아닌 한계령으로 내려오면 다시 오색까지 택시를 타고 와야 하는데 또 정찰제라 택시비가 20,000원이라고 한다.
ㅇㅋ 그럼 한계령->오색으로 가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가성비는 한계령-> 오색 코스가 맞다.
그래서 결론은 해운대 심야버스 -> 동서울 -> 한계령휴게소 출발 -> 오색 하산으로 정함.



처음에 오색으로 갈까하다가 택시비 이야기듣고 취소

 

해운대 심야(23:50) -> 동서울종합터미널(04:30) : 45,400원
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06:30) -> 한계령휴게소(08:50) : 18,500원



이렇게 당일에 급하게 예약을 때리고 준비물을 챙겼다.
다이소에서 필요한 것들 몇 개 챙기고, 밥은 서울에서 사면되고… 등
설악산은 험하다해서 등산스틱이 필요한데 매번 미루고 미루다가 또 찾아봤다.
그래서 당근마켓에서 급하게 구매.

?? : 이것은 나의 위기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해운대로 버스 타러 가면서 등산스틱을 픽업했다.
중고치고는 깨끗하더라…(판매하는 사람도 사고 나서 한 번 밖에 안 썼다더라 ㅋㅋㅋ)
그렇게 등산스틱을 가지고 또 시간이 떠서 그냥저냥 좀 걷다가 해운대로 갔다.
일부러 출발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하려고 계획했었는데
근데 여기서 또 위기가 발생



딱봐도 굳게 닫힌 터미널

 

?????????
어?? 뭐지 하고 둘러봤는데 망한 것 같은 분위기ㅋㅋㅋㅋㅋㅋ

조졌다.
23:50분 차라서 넉넉하게 23:25분쯤 도착했는데 뭐지 하고 급하게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해운대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정류장은 따로 있었다.
중동역 2번 출구…

해운대(수도권) 정류장은 중동역 2번 출구에 있습니다


와 씨
시작부터 망한 건가 싶어서 후다닥 중동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다시 탔다.
이래서 약속시간 2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 한다고 어른들이 말하셨던 걸까?





여하튼 간신히 세이프해서 버스를 탔다..
식겁했네 ㅎㅎㅎ
위기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한 나의 센스에 감탄했다.

?? : 이것은 나의 위기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22

그렇게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발했다.
올 초에 교통사고를 당한 후 디스크가 생겨서 오래 앉아있는 게 좀 불편해졌는데
다행히 우등버스라서 생각보단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서울로 가면서도 편하게 잠을 자진 못했다.
항상 여행을 출발하면 기대되고 설레고 했었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가는 여행이 처음이기도 했고, 진짜 가는 게 맞나 싶고
이번 여행길은 무섭고 그냥 좀 두렵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하나 챙기고 뒤돌아보고, 하나 챙기고 뒤돌아보고
(예전에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는 또 어떻게 갈려고 했었는지 신기하네)
그래서 버스표를 예매하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나란 사람은 혼자서도 잘해나갈 수 있는 사람일까?



궁금했다.
뭐든 같이할 사람이 필요한 사람인지, 혼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사실 뭐 여행이 별거냐 싶지만 여하튼 그런 마음이 더 컸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나하나 익숙해지기 위해 그냥 갔다.

변화는 작은 실행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멋있는 말이다)





잠깐 졸다가 깨고 졸다가 깨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은 거의 4-5년 만이었는데 너무 새벽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안보이더라.
크게 감흥도 없었다.

뭐여 사상터미널 아니여? 했다가
표지판에 동서울터미널 돼있길래 아 서울이네 ㅇㅋㅇㅋ 했다 ㅋㅋ

예상시간보다 30분은 일찍 도착해서 또 2시간을 어디서 기다려야 하나 하다가 터미널에서 멍 때렸다.
보조배터리는 챙겨 왔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핸드폰은 안 보고 그냥 멍 때렸다.
그렇게 멍 때리고 있으니 사람들이 보이고 6시가 되어갈 때쯤 편의점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등산을 위해 편의점에서 구매한 것 : 초코바 3개, 구운 계란 1개, 물 3통, 오렌지 주스 2통, 텀블러 얼음


생각해 보니 점심을 안 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노답이었던 것 같다.
핫 앤 쿡 라면국밥을 사가려고 했으나 급하게 준비한다고 챙기지 못했는데, 한계령 휴게소에서 팔겠지 하고 그냥 갔다…
휴게소에 안 팔더라 ㅎㅎㅎㅎ


이래서 뭐든 급하게 준비하면 안 된다.

여름 산행에서 물은 아주 중요하다.
3통을 챙겨갔는데도 모잘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액상과당 = 오렌지 주스.
진짜 너무 x1000 도움 많이 됐고 소중한 넘.
없었으면 쓰러졌을 수도..

아침은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먹었다.
너무 든든하게 먹는 것도 등산할 때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예정시간 6:30분이 가까워지자 한계령으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고 탑승했다.
딱 출발하기로 한 정시에 출발하더라.
원래 비가 오기로 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흐리진 않았다.
그리고 밖을 내다보니 고등어타워가 보인다.
저걸 보고 나서야 아 진짜 서울이네 싶었다 ㅋㅋㅋㅋㅋ

동서울에서 한계령 휴게소 까지는 또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기에 부족한 잠을 더 잤다.
근데 또 잠이 안 와서 그냥 뒤척이기만 했다.
동서울에서 한계령까지는 무정차는 아니고 터미널 몇 곳을 들린다.
2시간 30분이면 꽤 긴 시간이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을 갈 시간도 준다.





인제 인제쯤 왔나?
ㅈㅅ

여하튼 들려서 화장실도 갔다가 뭐.. 그렇게 무난하게 갔다.



오색령 = 한계령



그리고 8시 50분쯤 드디어 한계령에 도착했다.
여름이라 엄청 더울 줄 알았는데 시원했다.
나 말고도 등산하러 온 분들이 3-4명 정도 있었는데 다들 등산하기 너무 좋은 날씨라고 했다.
저 멀리 운무가 깔리는 걸 보니 왠지 경치가 좋을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 슬리퍼에서 등산화로 갈아 신고 장비를 착용했다.
하나밖에 없는 무릎 소중하게 하려고 무릎보호대를 챙겼는데
종아리 아대더라 6x3…






이런 똥멍청이가 어디 있는가
어이가 없어가지고 그냥 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혼자 와서 외롭게 혼자 웃음
한계령 휴게소에는 점심으로 사갈 만한 것도 없고 ㅋㅋㅋ
에라이 C

 

이래서 뭐든 급하게 준비하면 안 된다22222222

나중에 내려와서 든 생각이지만 진짜 등산스틱이라도 안 가져왔으면 무릎 아작 났을 것 같다..
여하튼 여차저차 생애 가장 고독한 등산을 시작했다

part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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