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설악산 나홀로 산행 후기 part 2

이배달 2023. 8. 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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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계속...

2023.08.19 - [일상/잡담] - 설악산 나 홀로 산행 후기 part 1

 

설악산 나홀로 산행 후기 part 1

8월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무 계획도 없고 크게 의지도 없고 뭐…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물어봐도 아무 계획없다고만 했었는데, 다들 어디 해외여행도 가고 어디 캠핑 간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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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시작했다

날은 시원하네 하면서 올라가는데 한계령 코스는 시작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등산코스들은 몇 번 가봤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근데 역시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고도가 높다.

시작부터 힘든 코스라기보단 미쳤다 시작부터 ㅋㅋㅋㅋ

올라갈 때는 등산스틱 안 쓰겠지 싶었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꺼냈다.

그리고 네 발로 기어 올라가다시피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와서 한 1.5~2km는 왔겠지 싶었다.

(거짓말 안치고 진심)

이때 애플워치에서 BPM이 170까지 갔었는데 아직도 0.5km라고?

표지판을 보고 열받아서 BPM이 더 올랐을 거다.

한계령 삼거리까지 1.8km이나 더 가야 한다 미쳤다.

솔직히 올라오면서 내가 휴가기간에 여기서 뭐 하는 짓이지 싶었는데, 조금 후회함 

 

 

 

 

 

원래 계획은 한계령 삼거리까지 가뿐하게 올라가서

오렌지주스를 한잔 딱 마시는 거였지만 안 되겠더라.

동서울터미널 근처 편의점에서 텀블러에 얼음하고 오렌지주스를 담아왔는데,

이번 등산 내내 생명수였다.

오렌지쥬스 없었으면 못 올라가지 않았을까...

설악산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체력 2 / 의지 2 / *설탕 6이었을 듯

고마워요 델몬트...!

 

 

 

 

 

날씨가 이상했던 건지, 원래 설악산 고도가 높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날이 맑았다가 안개가 꼈다가 반복했다.

아 날을 잘못 잡았나 싶다가도 금세 또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날은 시원했다.

처음에 몇몇 무리들이 보였는데 하나 둘 사라지더니 어느새 혼자 남게 되었다.

 

안갯속에서 조금 불안해하다가 다시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때  이 말이 생각이 났다.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거나, 뒤처지는 걸 걱정하기보다는. 내가 정한 목적지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니까.

당연히 옆에 누군가 있으면 좀 더 안정감을 느끼겠지만, 항상 누군가 옆에 있어 줄 수는 없는 것 같다.

나 혼자서도 이겨낼 수 있는 끈기와 힘이 필요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경험일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중간에 길이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지도를 켰는데 안 터진다.

동공지진 살짝 옴ㅋㅋㅋㅋㅋㅋㅋ

예전 구만산에서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당황하지 않고 끌리는 길로 갔다가 막혀있길래 돌아 나왔다.

남자는 직진이다

(가다가 이정표 있는 쪽 가면 다시 핸드폰 잘 터짐)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고 나면 길이 확실히 편해진다.

중간중간 앉았다가 갈 수 도 있었는데 잠깐 물이나 음료만 마시고 계속 올라갔다.

인터넷에서 보니 한계령 - 오색 코스에서 보통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었는데,

어떤 분은 휴식시간 제외하고 7시간이라고 했었다.

이상하게 이 7시간에 꽂혀서 혼자서 타임어택 중이었다 ㅋㅋㅋ

혼자 승부욕 발동

 

 

 

 

 

날이 흐려서 사실 경치를 많이 즐기진 못했는데 그래서  더 빨리빨리 움직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런 경치들을 볼 수 있었는데 괜히 설악산이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더라.

 

 

 

 

 

올라가다 하산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갑자기 말을 거시더니 대청봉으로 가냐고 물어보시더라.

(이날 사람하고 처음 말해봄)

맞다고 하니까 운 좋으면 하늘 볼 수도 있겠다고 했었다.

아침에 올라갔을 때 완전히 곰탕이었는데, 지금은 괜찮겠다고 운 좋겠다고 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안 되겠어서 내려왔는데 많이 아쉬워하시는 게 보였다.

중청에 다 와갈 때쯤 대청봉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는데 구름이 엄청 빠르게 움직였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이 들어서 속도를 냈다.

 

 

 

종아리에 언제 진흙이 묻었지..

 

 

13:12

중청대피소 도착!

한계령에서 출발해서 4시간 정도 걸렸다.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대피소에서 쉬다가 가려고 했는데,

중청대피소에서 판매하는 품목 중에 요기를 할 만한 것은 없었다.

(판매 품목은 이전 글 참조)

물이라도 더 살까 싶었는데 품절이더라?

 

보통 중청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대청봉을 가는데

점심도 챙겨 오지 않았고, 여기서 너무 오래 쉬면 다시 날씨가 흐려질 것 같았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넉넉하게 15~2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드디어 대청봉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고 하는데 평일이라 2-3팀 정도만 있었다.

그래서 줄도 안 서고 바로 인증샷을 찍었다.

인증샷을 찍고 나서야 가방을 내려놓고 초코바를 먹으면서 쉬었다.

하 그래도 어째 어째 올라오긴 했네 생각하면서 와보길 잘했다 생각이 들더라.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지만 혼자 멀리까지 대견하다고 생각해 봤다.

 

 

 

 

 

한 5분 정도 쉬었을까?

날씨가 갑자기 나빠졌다.

구름이 끼더니 어느새 중청대피소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중청대피소에서 쉬지 않고 바로 올라온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하마터면 곰탕사진만 찍을 뻔...

비가 올 것 같아서 정상에서도 얼마 쉬지 않고 하산을 시작했다.

 

 

 

너덜길 최악

 

 

내려오는 길에는 갑자기 비가 와서 사진을 거의 못 찍었다.

오색 하산길도 꽤나 경사가 있어서 최대한 조심해서 내려왔는데,

이때부터 갑자기 무릎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는데 무리하긴 했나 보다.

물도 많이 부족했다.

내려오는 중간길에 들고 온 물 3통, 오렌지쥬스가 소진되었는데,

여름에는 물과 얼음을 더 챙겨야겠다.

 

길도 거의 대부분이 너덜길(돌길)이고 미끄러워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넘어지지 않았다.

오색코스는 쉼터가 나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중강중간 쉬어주면서 내려옴.

 

 

 

 

 

16:15

남설악탐방지원센터로 하산 완료!

지금 생각해 보니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등산이었다.

먹을 거부터 장비까지 부족했고 비까지 왔었다.

다음에는 좀 더 잘 준비해서 와야겠다 생각하며 서울로 향했다.

내려오고 긴장이 풀리니 무릎이 점점 더 아파왔다 ㅋㅋㅋ

아 쫌 무리하는 거 같다 싶었는데 하

 

원래라면 서울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바로 부산으로 오려했지만,

체력도 너무 떨어지고 땀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냥 서울에서 하룻밤을 자고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아침에 보고 저녁에 다시 보는 롯데타워

이제는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냥 쉬고 싶었음..

 

 

 

 

 

오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아무 데나 숙소를 잡았다.

예약할 때 방이 있는 곳이 건대 쪽 근처뿐이라 건대로 잡았는데 

여기가 진짜 대학로구나 싶었다.와... 대학로가 이렇게 넓다니... 남포동과 서면을 합쳐놓은 것처럼 넓었다.여름방학인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는데 학생들이 마냥 부러웠다.나도 대학생 하고 싶어요

 

 

 

청년치킨인가? 맛은 그닥

 

 

원래 서울에서 자고 갈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갈아입을 옷도 없었는데,

그냥 숙소 화장실에서 입고 있던 옷들은 비누로 빨래했다 ㅋㅋㅋ

드라이기로 옷을 말리면서 치킨도 주문했다.

하루종일 거의 먹은 게 없어서 엄청 맛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그냥 그렇더라.

굶고 고생하고 먹는 치킨인데도 그냥 그럴 정도면 말 다했다.

 

.....

그리고 눈뜨니 아침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 차리니 손가락에 젓가락을 들고 있었는데 먹다가 기절한 듯

술마신 것도 아닌데 참 신기한 경험이다 싶었다.

 

이제 부산 돌아갈 준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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